우리는 지구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라고 하면 흔히 북극과 남극을 생각합니다. 혹독한 자연환경을 가진 북극과 남극은 지구의 양극에 위치해 있으며,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염의 정도가 매우 적습니다. 따라서 극지는 최적의 연구 장소이자 무한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극지의 자연환경과 얼음은 북극과 남극, 그 주변에서의 해양조사활동이나 안전항해를 어렵게 만드는 방해자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남극은 전체면적의 대부분이 빙하로 덮여있는 대륙(한반도의 약 60배)과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남극해를 포함하는 반면, 북극은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 대륙으로 둘러싸인 바다(지중해의 약 4배)입니다. 이처럼 북극과 남극은 지형적인 측면에서 바다(해양성기후)와 대륙(대륙성기후)이라는 정반대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북극보다 남극이 더 춥습니다.

  • 북극과 남극
  • 북극과 남극
[ 북극과 남극 ] (출처 : 극지연구소)

  기후학적으로 지구 북반구의 북극점을 중심으로 7월(가장 따듯한 달)의 평균기온이 10 ℃ 이하인 지역을 북극이라 부릅니다. 북극의 기후는 매우 춥고, 계절에 따라 변하며 예측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일반적으로 강수량이 적고 어떤 지역은 연 강수량이 50 mm도 내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겨울철에는 바람때문에 높은 지역은 낮은 지역에 비해 눈이 쌓이지 않습니다. 북극은 한랭 건조한 북극 기단의 영향으로 평균기온이 –35~40℃정도로 나타나며 현재까지 북극에서 관측된 최저기온은 1892년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에서 –67.8℃로 기록되었습니다.   반면 현재까지 관측된 남극의 최저기온은 1983년 러시아 보스토크기지에서 –88.3℃ 정도로 기록되었고, 2010년 위성 데이터를 이용해 측정한 –93.2℃의 기록도 존재합니다. 남극의 연평균기온은 –23℃ 정도이며 연안에서는 –10℃이하, 내륙에서는 –55℃에 이르는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입니다. 남극조약(Antarctica Treaty)에 따르면 남위 60° 이남의 지역을 남극이라 하며, ‘제7의 대륙’ 또는 ‘미지의 대륙’이라고도 불립니다. 이러한 남극은 본초자오선을 경계로 동남극과 서남극으로 구분되며, 지리적으로 남극의 한쪽을 가로지르는 남극횡단산맥을 기준으로 동쪽을 큰 남극, 서쪽을 작은 남극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남극의 연평균 강수량은 50~70 mm로 매우 적고 심지어 약 200만년 동안 강수가 없었던 지역(드라이 밸리)도 존재합니다. 이는 활강풍으로 인해 매우 건조하고 찬 공기가 그대로 내려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난히 남극의 바람은 해안지역에서 강하게 부는데 그중에서 동남극 컴먼웰스 만의 연평균 풍속은 초속 22.2 m에 달하는 지역으로 가장 바람이 강한 곳입니다. 이처럼 남극은 북극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상시 활동하기에 많은 제약을 가진 극한의 지역입니다.   북극에서 나타나는 환경 변화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북극을 ‘지구의 기후를 만들어 내는 곳’ 또는 ‘기후 조절자’ 라고도 부릅니다. 우리가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여러 가지 현상들이 발생하는 북극은 현재 지구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지난 50 여 년간 해빙의 면적도 급격히 감소하면서 10년 단위로 4%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극 해빙의 감소로 인해 새로운 북극항로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습니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기존항로보다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가는 거리가 30% 정도 줄어들고, 항해기간도 10일 정도 단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항로는 경제적/시간적으로 많은 이점이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북극항로라 하면 러시아 북쪽 해안을 지나는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항로를 말합니다. 그리고 다시 북극해의 해상항로는 시베리아 북부 해안을 따라 대서양에서 태평양을 지나는 북동항로(Northern Sea Route; NSR 혹은 Northeast Passage)와 캐나다 북부 해역을 따라 대서양에서 태평양을 지나는 북서항로(Northwest Passage)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현재는 북극의 빙하와 유빙이 녹는 여름철에 짧은 기간 동안만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는데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 이 기간은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반면 남극은 미개척지로 북극항로와 같은 해상항로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북극을 지나는 선박들은 대부분 무역을 위한 경제적인 측면이 지배적인데 반해서 남극의 경우는 기지 보급 및 해양조사 등과 같은 연구 활동을 위한 항해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북극과 마찬가지로 남극의 여름철(12~2월)인 해빙이 가장 최소가 되는 시기가 항해의 안전을 위해서도 가장 적합한 시기로 볼 수 있습니다.

  •  Northern Sea Route와 Northwest Passage
[ Northern Sea Route와 Northwest Passage ] (출처 : Hugo Ahlenius/UNEP-GRID Arenda)

  북극과 남극에는 태양이 뜨지 않는 흑야(극야)현상과 태양이 지지 않는 백야현상이 존재합니다. 지리적인 북극점 또는 남극점에서는 밤과 낮이 6달씩 반복되지만, 그 외에 지역에서는 위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즉, 북극은 북위 66.5° 위쪽에서부터, 남극은 남위 66.5° 아래쪽부터 백야와 극야현상이 생기며 고위도로 갈수록 이 현상은 심해집니다. 예를 들어, 2014년 완공된 남극 장보고과학기지(남위 74° 37, 동경 164° 12)에서는 연중 백야와 흑야현상의 기간이 각각 100일, 95일로 나타납니다. 반면 서울로부터 17,240 km 떨어진 남극 세종과학기지(남위 62° 13', 서경 58° 47')에서는 하루 종일 낮이거나 밤인 날이 없으며, 단지 12월 중순쯤 낮이 가장 길며 6월 중순쯤 밤이 가장 길어 오전 10시경에 해가 뜨고 오후 2시경에 해가 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